이만익-오남매와 어머니,100x100cm,2009 자료제공 : 엠케이컬렉션, 제주도립미술관
어머니!
화가 이만익
이만익은 자식들을 좌우에 세운 채 앉아 있는 어머니 모습('오남매와 어머니', 2009)을 보여준다.
이만익 특유의 굵은 선과 평면적인 채색으로 모자상(母子像)을 단순하게 표현했다.
이만익 가족도 - 오남매와 어머니 "얘야 자중자애해라"라는 말씀 잊지 않고 있습니다
어머니, 어느새 시간이 이처럼 훌쩍 지나가 버렸는지 새삼 놀라워집니다.
2002년 5월달에 어머니께서 저희들 곁을 떠나셔서 먼 세상으로 가셨습니다.
이제 만 7년이 넘었습니다.
어머니의 음성을 들어본 지, 어머니의 손을 만져 본 지 7년이지났다는 것이지요.
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.
이 세상에 다른 아들,딸들과 비교하면
저희들 6남매는 참으로 어머니 복을 타고 난 자식들입니다.
그 어렵고 힘든 세상을 혼자 힘으로 이겨내시며 저희 형제를 키우셨고,
그러함에도 건강하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96세까지 누리셨으니,
더 무엇을 더 어떤 사랑을어머니께 바랄수 있었겠습니까.
혼자서 그 모진 일을 다 겪어내시고 자식들을 가르치셔서
세상에 떳떳하게 살도록 자리 잡아 주셨는데
더 무엇을 하실 게 있으셨겠습니까.
어머니는 38세에 6남매를 혼자서 떠맡은 홀어머니가 되셨습니다.
저희가 어머나 복이 있었지만 어머니는 남편 복이 없으셨고,
그 모든 불행을 어머니 한 분의 인고와 희생으로 감당하시고
온몸으로 자식들의 방패막이가 되셧습니다.
그것도 자그마치 50년이 넘게 버텨내셨습니다.
그리고 80이 되시는 해부터
여가로 그림 그리시기를 배우시고 유화를 시작하셨지요.
그 때 어머니께서는 '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배워보니
화가인 아들의 어려움을 조금 이해할 것 같다'고 편지하셨습니다.
진작에 젊으셨을 때 그림을 배우셨더라면
어머니는 큰 화가가 되셨을지도 모릅니다.
그림 그리신 지 4~5년 쯤부터는 시카고에서 열리는
시니어 미술전에서 계속 상을 타셨고,
90세가 되시는 해에는 교민들이 유화 개인전을 열어주었지요.
저와 형님이 그 전시회에 참가해서
참으로 자랑스러운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고,
내 어머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고 생각했습니다.
80에 새 것을 배워서90에 이루신다는 일이
얼마나 장하고 무서운 일입니까.
저는 지금도 나약해지는 자신을 반성할 때마다
어머님의 일을 되새겨보곤 합니다.
나이 70이 좀 넘어간다고
비실비실하는 저 자신을 책하는 말입니다.
어머니의 눈빛이 저에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.
저런, 별 탈 없이 잘 지내야 할 터인데,뭐 걱정거리라도 있는 것 아니냐,
뭐 그런 말씀을 속으로 되뇌시면서 저를 보시는 듯합니다.
걸음걸이가 시원치 않아 의자를 밀며
화실을 몇 바퀴씩 도는 것이 요사이 저의 운동인데
그 때마다 어머니 사진 앞을 지나면서 몇 번 돌았는지 헤아리곤 합니다.
세월이 이렇게 훌쩍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생각하면
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,
저도 어머니처럼 열심히 의지력을 가지고
제 일을 하다 가야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.
지금 어머니께 드리는 이 편지는 답장이 오지 않을 것입니다.
화실에 있는 어머니 사진의 눈빛이 저에게 답을 해 주실 것입니다.
늘 하시던 말씀대로 '애야, 자중자애 (自重自愛)해라'는 말씀
지금도 있지 않고 있습니다.
하루하루를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야겠지요.
어머니,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겠습니다.
어머니![출처] ‘예술가의 사물을 표현하는 형식 관찰기’- 제주도립미술관- 이만익 작품|작성자 주몽